책 살 돈이 없어
그 책을 뺏길 수밖에 없어
온종일 수그리고 앉아 쓰고
등불 아래에서도 계속이지
자잘한 글씨의 지렁이처럼
그려도 부끄러워할 까닭 없네
초서롱에 쓰다
화가 나다가도 글만 읽으면 좋고
병이 났다가도 읽기만 하면 나아
이것이 내 운명이라 믿고
앞에 가득 가로 새로 쌓아놓았지
저서롱에 쓰다
순암 안정복 선생님의 초소롱 저소롱 이 두 단락만을 보더라도
얼마나 검소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.
왜 우리는 이런 검소함에 익숙해
잊지를 않는 걸까?
아마도 분명히 우리들도 알고는 있었지만은
표현할 방법을 알지를 못했는 것 같다.
서울에서 살다가 시골로 내려가 보면
정말 순수함 들을 많이 느낄 때가 있다.
동네 사람들은 분명 자연스러운 행동들일 것인데도 불구하고
서울 사람들은 그 향기를 전혀 알 길이 없을 것이다.
가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
가식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.
그래서 우리는 시골 사람들의 그 깊이를
정확히 알 길이 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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